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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종선 코리아정공 대표 "울산 반구대 암각화 지킬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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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572회 작성일 24-02-0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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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이 전국을 꽁꽁 얼리며 맹위를 떨쳤던 지난 16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코리아정공주식회사 사옥에서 만난 김종선(64) 대표는 단호하면서도 자신감에 가득 찬 어조로 울산 반구대 암각화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사실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는 지난 50여년간 수몰을 반복하며 훼손됐음에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 정부 대기업도 해결 못한 반구대 암각화 보존

정부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나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나섰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꿈을 이룰 만큼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신 반구대 주변에 인위적 구조물 설치 없이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 보존한다는 원칙과 청도 운문댐의 물을 울산에 공급한다는 방안 아래 미봉책만 마련했을 뿐이다. 현재 반구대 암각화 주변에는 함각화 보호를 위한 투명구조물인 '카이네틱 댐(Kinetic Dam)'이 설치 돼 있다. 건축가 함인선 씨가 제안한 안이다.


김 대표의 지난 세월을 엿볼 수 있는 지난 특허 제품들 모습. 박대웅 기자
김 대표는 "사실 투명댐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지역명소이자 국보를 보고 싶어 하는 방문객의 입장은 반영돼 있지 않다"면서 "투명댐으로 둘러싸인 암각화를 멀리서 망원경으로 관찰해야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이렇다. 수위에 따라 높낮이를 조절하는 구조물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현재 투명댐에도 계절별 수위에 맞춰 상하로 높이 조절이 가능한 고강도 투명막이 설치돼 있다. 김 대표의 제안은 무엇이 다를까. "핵심은 무동력"이라며 "집중호우 등으로 평소보다 많은 비가 내려 수위가 갑자기 높아진다면 대안이 있나. 부력을 이용해 수위에 따라 사람이나 전기 등 물리적 간섭 없이 암각화를 보호하는 막이 있다면 답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 '무동력 역류 방지장치'가 해답될 수 있어

김 대표가 코리아정공 등으로 특허출허한 '무동력 역류 방지 장치'라면 해답이 될 수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역류차단을 위한 수문이 있다고 가정하자. 기존 자동 수문은 80~250kg 이상의 문비(개·폐 도어) 하중으로 항상 닫혀있어, 역류를 방지한다. 반구대 암각화 앞에 설치된 고강도 투명막이 일종의 문비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문비는 호우나 댐 방류 시 수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낙차효과로 개폐되며 수위를 조절한다. 아니면 수문에 설치된 전기장치를 활용해 관리인이 원격제어장치를 조작, 수문을 작동해 물을 방류한다.

문제는 수문이 상하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이물질(부유물이나 나뭇가지 등)이 수문에 설치된 기둥에 걸려 오작동을 낸다는 점이다. 실제로 여름철 집중호우 때 심심치 않게 듣는 농경지 침수 등 피해는 이런 수문 오작동에 원인을 두는 경우가 다반사다.


코리아정공의 원형 모양의 수문형 역류 방지 장치. 박대웅 기자
반면 수위상승으로 생기는 부력과 개·폐 도어 하중으로 작동하는 김 대표의 무동력 수문은 전기 등 외부 동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수위상승에 즉각 대응할 수 있고, 부력을 이용한 에너지로 작동해 관리자가 주·야나 집중호우 시 비상대기할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다. 부력이 수위에 따라 문비를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려 수로를 자동으로 막고 수위가 낮아지면 알아서 열려 물의 흐름을 막지 않는다. 또한 평상시에는 동물 및 수중 생물의 이동 통로로도 사용된다.

◆ 부력과 개·폐 도어 하중으로 작동

김 대표는 "상습침수지역 초기 대응과 역류로 인한 침수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고 무인·무동력으로 작동돼 반영구적 유지관리 시스템을 갖췄다"면서 "상시 개방 구조로 생태통로 역할을 하는 등 친환경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리아정공의 무동력 수문은 서울 구로구 1수유지, 전남 순천시 금당지구, 경남 합천군 초계 상습 침수지역, 경기 광주시 오포리 재해 예방지구 등 전국에 걸쳐 설치돼 제몫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14년 본격적으로 설치에 나서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유지보수 요청이 없을 만큼 제품의 완성도에 자신 있다"면서 무동력 수문의 상품성을 높게 평가했다.

코리아정공이 제작한 수문형 역류 방지 장치 시험 장치. 박대웅 기자
김 대표는 또 1979년 군 전역 후 처음으로 딴 무동력 역류 방지 장치 관련 1호 특허를 시작으로 사무실 벽 한 면을 가득 메운 특허를 자랑스러워 했다. 그는 "군 전역 후 딴 1호 특허를 시작으로 특허병에 걸렸다. 이후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관련 특허를 획득했다"했다.

이어 본격적으로 무동력 역류 방지 장치에 뛰어든 계기를 묻는 질문에 "젊은 시절 금형공장을 했다. 당시 반지하방에 살았는데 장마나 폭우 때 하수구 물이 역류해 온 가족이 피부병에 걸렸다. 그 경험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면서 "그동안 이 장치(무동력 역류 방지 장치)를 개발하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돈과 판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간이 문제였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대표는 "사정이 있어 공장을 처분하고 남은 돈으로 건물을 사 세나 받으며 편안하게 살려고도 했지만 있는 돈 없는 돈 다 까먹었다"면서 "60억 이상 쓴거 같다. 시제품도 만들고 기존에 없던 제품이다 보니 대학 등 연구기관에서 시험·인증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1999년부터 20여년 만에 단순 아이디어로 만든 제품이 아닌 상품으로서 인정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해외에서 더 뜨거운 반응...日서 합자회사 제안하기도

김 대표의 무동력 역류 방지 장치는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베트남, 일본, 미국, 유럽 등 해외 반응이 시쳇말로 '핫(hot)'하다. 그는 "베트남은 공장과 자본을 지원해줄테니 베트남 현지에서 사업할 것을 권하고 있다"면서 "일본 역시 합자회사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무동력 역류 방지 장치를 종전 자동식 역류 방지 장치와 대등한 법적 위치를 부여하는 법령을 고시했다. 조달청 역시 각종 관급 공사에서 코리아정공의 제품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하수구 역류로 온가족이 피부병을 앓는 걸 막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김 대표의 무동력 역류 방지 장치 개발은 하수구에서 싱크대를 거쳐 하천 수문을 지나 이역만리 베트남과 일본 등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의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다.

김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70억 인류의 문화유산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지키겠다는 포부다. 김 대표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유네스코 등재로 세계인이 암각화를 지키고 보존하는 데 함께 하기 바란다"면서 "저 또한 제가 가진 작은 재주로 힘을 보탰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구대 암각화=울산시 울주군 대곡리의 바위에 새겨진 그림. 신석기 말~청동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됨. 폭 10m, 높이 4m 정도의 면적에 고래·물개·사슴·호랑이 등의 동물과 사냥·고래잡이 장면 등 모두 300여 점이 새겨져 있다.

박대웅 기자 bdu@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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